연초부터 한국 경제가 3고(고유가·고금리·고환율)에 신음하고 있다. 유가·금리·환율은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 대부분 외생변수에 기인해 정책적으로 통제가 어렵다.
6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 국제유가(두바이유 현물가격)는 4일 배럴당 90.22달러를 기록했다. 단기 저점인 지난해 12월 2일(69.13달러)과 비교하면 21.09달러(30.5%)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충돌 위기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시설 드론 공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인상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미 국내 석유류 가격은 유류세 인하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물류비, 공업제품 생산원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상품·서비스 등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점진적 방역조치 완화로 수요가 회복되면 물가는 더 오른다.
금리·환율도 불안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비용 증가로, 원·달러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1.00%에서 1.25%로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준금리는 올해 2회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통상 한국은 자금 유출,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다.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 이다. 물가 안정은 통화정책의 주된 목적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시장금리도 오른다. 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는 저신용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유동성 축소로 투자도 위축된다. 따라서 경기 과열기엔 인플레이션 안정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에선 경기 위축을 초래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장중 1207.40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4일 1197.00원으로 다소 하락했으나, 장중 저점인 지난해 12월 9일(1172.8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은 원화가치를 기준으로 원자재 등 상품을 수입할 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유가 상승만큼 국내 물가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
고유가·고금리 추세에 위드(with) 코로나 전환으로 수요까지 확대되면 월간 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4%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 물가는 다소 안정됐지만, 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가장 큰 피해계층은 고강도 방역조치 장기화로 소득이 감소한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이들에게 고용됐던 근로자들이다. 소득은 줄었는데 지출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문제는 국내 물가·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대부분 외생변수라 국내 재정·통화정책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은 수출을 늘리는 측면과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측면이 공존한다”며 “그런데 유가·금리가 함께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된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환율·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 금리정책을 쓰기 어렵고, 환율정책 또한 외환시장 개입 정도를 공개하게끔 돼 있어 활용이 제한된다. 남는 건 재정정책뿐인데, 그동안 재정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며 “결국 고환율을 활용해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 흑자를 늘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