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당국, 일자리 창출 이유로 철거 결정 내려
세계 1위 부호 제프 베이조스의 슈퍼요트 때문에 144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리가 부분 철거될 운명에 놓여 논란에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 당국은 베이조스의 4억3000만 유로(약 5849억 원) 슈퍼요트 통행을 위해 이 지역 명물인 코닝스하벤 다리 일부를 철거하기로 했다.
코닝스하벤 다리는 1878년 건설됐으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폭격으로 무너졌지만, 전쟁 중인 1940년 재건됐다.
이 다리는 수로에 배가 지나가면 교량이 기둥을 따라 올라가는 승강교다. 문제는 현재 로테르담 인근 알블라세르담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베이조스의 슈퍼요트 높이가 40m에 달해 코닝스하벤 다리에 비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조선소는 지방의회에 요트가 다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중앙 부분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로테르담 시장 대변인은 “다리는 요트가 바다로 가는 유일한 길에 있다”며 “베이조스가 철거를 위한 작업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선박 건조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교량을 현재 모습으로 재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철거 과정은 몇 주 걸리며 올 여름 진행될 예정이다.
로테르담 시의회 프로젝트 리더인 마르셀 왈라벤스는 “배를 부분적으로 건조해 다리를 통과시킨 후 다른 곳에서 완성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며 “또 경제적 관점과 고용 유지 측면에서 요트 건조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당국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2014~17년 코닝스하벤 다리 리노베이션도 주도했다.
왈라벤스에 따르면 요트를 건조 중인 오션코가 다리 철거 비용을 부담하고 이러한 비용 중 일부는 베이조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로테르담 조선산업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사랑을 받아왔던 코닝스하벤 다리를 부분 철거한다는 소식은 일부 현지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로테르담의 정치인 스테판 루이스는 “베이조스는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줄이고 세금을 회피하고 규제를 피하면서 돈을 벌었다”며 “이제 우리는 그를 위해 아름다운 국가 기념물을 철거해야 하는 것인가. 그건 정말로 선을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