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남기 정권말 경제 치적 자랑, 부끄러움도 없나

입력 2022-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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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권 임기말에 경제 치적 홍보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과를 하루 세 건 정도씩 정리해 15일간 36가지를 시리즈로 내보낸다”고 밝히고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숨은 성과’도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말한 것은 작년말 경제부처들이 공동제작한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 자료집의 내용이다. 정부는 “성장과 분배, 혁신과 포용, 회복과 도약 등 경제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자화자찬으로 가득하다. 공감을 얻기는커녕, 국민들의 부아만 돋울 지경이다.

숨은 성과가 없지 않겠지만, 홍 부총리가 열거한 항목 몇 가지만 보아도 낯 뜨겁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가’ ‘재정건전성 유지’ ‘고용·분배 개선’ ‘선제적 규제혁신 추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중기·소상공인 육성’ ‘주거안정 도모’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을 내세웠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코로나 상황만 해도 그렇다. 초기 방역과 백신정책은 명백히 실패했다. 지난 2년 오락가락한 거리두기에 국민 불편만 가중되고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회복 불능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의료시스템 위기가 여전한데 아직 확산세의 고삐도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 부동산정책의 총체적 실패가 가져온 참사에 대해서는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집값·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집 없는 서민의 주거가 이처럼 불안해진 때는 없다.

팽창예산에 매년 퍼주기 추경 편성까지 거듭해 5년 동안에만 국가채무가 400조 원 폭증했고, 재정건전성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악화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세금으로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만 쏟아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고용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구가 감소 국면에 들어갔는데 인구변화 대응을 잘했다고 한다. 기업 숨통을 죄고 투자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늘린 것도 손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실패에 대한 반성의 백서(白書)를 만들어 다음 정권에 교훈을 남겨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현실을 호도한 자랑이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헤쳐나가고 경기를 살리는 정책 대안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이다. 오미크론의 글로벌 확산이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가속되는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인상과 자산시장 거품 붕괴 우려, 장기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자잿값 상승이 중첩되고 있다. 국내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 리스크에 경제 운용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기 추락과 물가 폭등을 어떻게 막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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