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을 쳐다보지 마

입력 2022-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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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봤다. 천문학과 교수 역할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역으로 분한 제니퍼 로렌스가 우연히 지구로 향하는 혜성을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블랙 코미디 영화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위를 쳐다보지 마’는 영화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영화 속 백악관과 여당은 혜성 충돌이 분명한데도 이를 정치적인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이들은 아예 혜성 충돌이 거짓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시민에게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고 거듭 외친다. 사람들은 여기에 속아 비극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무방비로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돈 룩 업을 보고 나자 떫은맛이 감돌았다. 블랙코미디보다 더한 현실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정부는 “집값이 잡혔다”고 공언했다.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수십 차례 내놨고, 시장이 우려한 각종 정책을 펼치면서 “집값이 안정됐다”고 거듭 외쳤다. 하지만 집값은 폭등했고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 공급 정책을 뒤늦게 펼쳤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영화 속에선 천문학 교수와 대학원생은 수많은 계산과 검증 끝에 에베레스트산만한 혜성이 며칠, 몇 시간 뒤 정확히 어디에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혜성이 대기권에 들어와 불타오르자 그제야 지구 종말을 인식한다.

서울 집값 폭등도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시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서울 내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정비사업 규제와 각종 세제 완화 없인 집값 폭등을 피할 수 없다고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외면했고, 집값이 오르고 나서야 집값 폭등을 인정했다.

적어도 정부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확증편향은 쉽게 말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행위다. 경제의 이념화, 경제의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치솟은 집값을 분명히, 똑바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블랙코미디는 영화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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