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카카오를 이끌 40대 대표로 주목받았던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직원들과 주주, 노조 측의 사퇴 압박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카카오는 차기 대표 선임안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는 10일 “지난 2021년 11월 25일 당사의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후보자가 2022년 1월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당사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25일 이사회를 통해 여민수 카카오 대표와 당시 카카오페이를 이끌던 류 대표를 공동 대표로 내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대표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었다.
류 대표 내정자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성공시키며 테크핀 산업이 영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2017년 1월부터 독립법인 카카오페이의 대표 이사로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의 성공적인 IPO를 이끌었으며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서 활동하며 테크핀 생태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류 대표 내정자는 당시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자질 논란을 겪었다. 류 대표는 시간외매매로 주식 23만주를 매도하며 도덕적 해이 논란을 겪었다. 경영진이 처분한 약 44만 주는 900억 원어치에 달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류영준 카카오 차기 CEO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이에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는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 내정자 자진 사퇴로 인해 카카오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의 입지는 강화될 전망이다. 카카오노조는 류 대표가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는 요구를 계속해 왔다. 만일 류 대표 내정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쟁의 행위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노조는 이날 쟁의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류 대표 내정자의 자진 사퇴와 함께 카카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동 대표의 한 축이 사퇴를 밝힌 만큼 대표 인선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늘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앞으로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내용이 생기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