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KDI는 9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최근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대외 수요의 개선세는 약화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12월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돼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여건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11월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며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의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생산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소매판매도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화된 방역 조치가 시행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와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지수가 하락하는 등 소비 관련 경제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대외적으로는 공급망 교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경기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이 정체되면서 수출 증가 폭이 점차 축소됐다"고 말했다.
주요 지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반도체(35.1%), 석유제품(79.2%) 등을 중심으로 품목 대부분에서 증가해 18.3% 늘었다. 다만 수출 금액의 호조세는 주로 높은 가격상승에 따른 것으로, 증가율이 전월(32.0%)보다는 낮았고 물량 기준으로도 증가세가 둔화했다. 수입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12월 무역수지도 전년 동월(66억9000만 달러) 흑자에서 5억9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고, 11월 교역조건은 전월(-6.4%)에 이어 10.1% 하락했다.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2월 들어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향후 개선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전월(7.4%)에 이어 4.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서비스업생산(5.1%→5.3%)은 11월 중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12월 들어 방역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107.6)보다 3.7P 하락한 103.9를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신한카드의 추정치를 이용한 신용카드 매출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10월, 11월에는 같은 달보다 각각 2.7%, 5.4% 늘었지만 12월에는 0.5% 감소했다.
경제 심리를 보면 대외수요의 개선 흐름이 약화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한 가운데, 제조업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업황 BSI 전망치는 12월(88)보다 1P 오른 89를 기록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치도 위드 코로나 2단계가 유보되고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면서 지난해 11월(84), 12월(82)에 이어 올해 1월(80)에도 하락세가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