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에 매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매각으로 분석되나, 지배구조 변화의 준비과정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보유한 지분 10%를 매각했다.
정의선 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 가운데 123만2299주(지분율 3.3%),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7701주(6.7%) 전량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1주당 16만3000원.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이 회수한 주식 매각대금은 2000억 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0억 원을 회수했다.
처분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매입했다. 지분 인수 후 정의선 회장과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해 특별관계자로서 지분을 보유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동반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도 확보한다. 대주주로서는 우호 지분율에 변동이 없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는 이번 대주주 지분매각을 놓고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지분 30% 중에서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인 20%를 남기고 10%는 매각된 것”이라며 “이번 대주주의 지분매각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잠재적 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론 이번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매출 비중을 축소하고, 자동차운반선 분야 등에서 비현대차그룹으로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등 불공정행위의 소지를 축소해왔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이 지분 매각의 유일한 이유로 이해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지재구조변화 및 경영권승계가 필요하고, 이번 지분 매각이 그 준비과정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KB증권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향후 칼라일그룹의 투자 목적과 행보"라며 "칼라일그룹이 단기간 내에 지분을 시장에서 매각해서 차익을 얻기 위해 지분을 매입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칼라일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매수한 가격(주당 16만3000원)이 충분히 차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 가겨깅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Tag-along 권리를 가져간 것을 볼 때, 칼라일그룹 측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남은 지분 20%를 당분간 팔지 않는 것을 기본 전제로 투자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송선재 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관련 오버행(Overhang) 이슈를 완전히 해소했다”라면서 “지분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비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 등의 지분율 축소 방식이 우려했던 오버행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 칼라일그룹이 현대글로비스의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