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가 성공하며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올해 1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되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가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출 총량규제의 지속과 금리 인상 가능성에 우려했던 가수요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마지막까지 가계대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5~6%대)를 달성하게 됐다.
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작년 12월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08조6880억 원)보다 0.05%(3649억 원) 증가하는 데 그친 수치다.
작년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조(兆)단위를 기록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12월 들어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2월 505조4046억 원을 기록하며 11월(503조3285억 원)보다 0.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수요 대출로 꼽히는 전세대출 잔액 역시 12월 129조6969억 원으로 전월(128조5134억 원) 대비 0.92% 늘어났다.
은행권의 총량 규제에 따라 주택 관련 대출의 문턱이 높아진 동시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이번 대출 증가세를 한풀 꺾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실수요 자금이어서 이사철이 아닌 12월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담대의 경우 DSR 강화 등과 함께 부동산 거래에 파생해서 대출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가 많이 떨어져서 대출 증가세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주택 관련 대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은 감소했다. 12월 신용대출 잔액은 139조5572억 원으로 11월 141조1338억 원보다 1.11% 감소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같은 경우 보너스나 자금이 들어오는 경우 대출을 메워주면서 연말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작년 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둔화된 것은 매해 반복되는 계절적인 감소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20년 말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으나,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3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가계대출 감소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채 관리 정책이 시장에 통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부터 가계대출의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출 가수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투자처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강화된 대출 조건과 금리 인상 예고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연말 우려했던 대출 가수요는 없었다”라며 “오히려 1월부터 강화된 DSR이 적용되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봤자 차주별 대출 총량에 잡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대출 외에는 수요가 줄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은 막판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지난 한 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5.8%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달성하게 됐다. 시중은행은 5~6%대 가계대출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 들어 ‘대출 중단’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