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으로 맞은 새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렁에 빠진 지 2년이 지나는데도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쳐있는 국민들이 언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코로나 유행이 반복되면서 지난해 역시 한국 경제와 민생의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끝없이 이어진 거리두기 방역은 자영업자들을 벼랑에 내몰았고, 지난 5년 누적된 총체적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전셋값이 폭등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커졌다.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0.9%)에서 벗어나 작년 1분기 성장률 1.7%로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는 2분기 0.8%, 3분기 0.3%로 다시 둔화했다. 정부가 목표한 2021년 연간 4% 성장은 물 건너갔다. 수출이 나라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내수가 떠받쳐 주지 못한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전년보다 25.8% 급증한 6445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기업들이 분투(奮鬪)한 성과다.
고용증가세가 이어졌음에도 고용구조와 질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드는 세금일자리가 고용증가를 주도한다.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이 단기 알바성의 60대 이상 공공일자리다. 질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쪼그라들고, 고용시장 허리인 30대 취업자는 줄곧 뒷걸음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대개 2%대 후반에 그친다. 연초부터 경제환경은 먹구름이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 각국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출마저 불안해진다. 물가가 계속 치솟는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까지 키우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엄중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에, 인플레 가속에 따른 주요국들의 금리인상과 자산시장 거품 붕괴, 장기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의 위협이 중첩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중시킨다. 내부적으로는 3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정치논리가 정책을 흔든다. 시장 혼란만 부추기면서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년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가늠되지 않고 우리 경제는 계속 위태롭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성장경로의 복원 없이는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의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멀어진다. 경제구조와 정책기조의 전환기적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동안의 반(反)시장·반기업의 비정상적 정책부터 뒤집지 않고는 미래의 희망을 일구기 어렵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경제자유 확대와 투자중심 성장전략 재정립, 기술혁신 역량과 미래산업 집중 육성, 기울어진 노동시장 개혁 등이 다급한 과제이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3월 대선이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