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중견 건설회사에 다니는 허씨는 우직하게 벌어서 돈을 모으는 일이 가장 정직하고 확률 높은 재테크라고 생각했다. 그런 허씨가 변한 것은 2005년께. 자신의 연봉 만큼 튀어오르는 집값을 보다 못한 허씨는 이제 10년도 안될 것 같은 직장 생활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재테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
#본문
허씨가 재테크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원래 남부럽지 않게 살던 허씨네는 아버님 시절부터 갖고 있던 강남의 25평짜리 아파트가 있었고, 이 것이 나름, 많이 올라 허씨와 허씨의 동생이 처분 후 나눠 가진 경험도 있었다.
허씨는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무엇보다 실수요층이 탄탄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불황에 강하다는 시장에서의 이야기는 그만큼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과감하게 허씨는 24평형 아파트를 하나 매입했다. 안양 인근 신규 대단지 아파트라 3억2000만원을 주고 허씨는 이를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심상치 않다. 이 아파트는 불황이 시작된 2007년 이후 줄곧 약세만 보이더니 올들어서는 더 떨어져 이젠 2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는단다.
허씨는 꾸준한 수익이 있어 당장 이 같은 문제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며, 또 거래가 된다고 해도 손절매를 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본다고 해도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가 난망하다는 게 허씨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이 아파트는 여전히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허씨가 이 아파트를 매입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지만 집값의 동향으로 볼 때 허씨가 손해를 회복할 가능성은 여간해서 찾기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이 허씨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신조류는 공급과잉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00년대 이후 건설이 '유행업종'이 되면서 주택공급량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이 때문에 집값의 상승은 더 이상 주택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급과잉이란 현 부동산시장의 특성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즉 부동산 투자 패턴을 과감히 바꿔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공급과잉이 오기 전까지 투자 방식은 간단했다. 즉 실수요층이 탄탄한 아파트를 잡고, 기다리다 보면 오르는 만틈 아무 부동산이나 잡고만 있으면 투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부동산 투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매입시 '테마'있는 물건이 골라야 한다는 점은 잊지말아야한다.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붐 시절, 강남은 대치, 도곡동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같은 강남의 일원인 서초구 잠원동 일대는 그다지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곳은 한강 조망권은 아니더라도, 한강 시민공원과 가까워 주거환경 면에서는 우월한 입지를 가진 곳으로 꼽힌다.
이는 바로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살기만 좋은 아파트는 임대시장에서는 높은 가치를 가질지 몰라도 매매시장에서는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집값을 올리는데 기여하는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를 위한 매입이라면 가급적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 투자 테마가 있는 물건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낫다. 기존 20평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투자 전문이 아닌, 실거주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어야 한다.
이미 '아무' 아파트나 매입해 이를 되팔아 재미를 보던 시기는 지나갔음을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