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사진> 은행연합회 회장이 내년 금융산업의 대변혁기에 금융사들이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연불변(隨緣不變·물은 어떤 모양으로도 변할 수 있지만 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의 자세로 고객 신뢰라는 은행업의 본질을 지키면서 새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한다면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30일 2022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산업의 대변혁은 언뜻 보기에는 금융회사에게 크나큰 위기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기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내년 금융산업이 전대미문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ICT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면서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고, 팬데믹의 장기화로 가상공간에서의 모임과 만남이 활성화되면서 과거의 ‘Online to Offline(O2O)’의 흐름이 ‘Metaverse to Real world(M2R)’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ESG 경영 요구도 이전보다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회장은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리스크의 누적 뿐만 아니라,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가상자산의 폭발적 성장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금융사가 이 같은 위기 요인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중심 경영을 전사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로 산업과 금융이 융합되면서 금융·비금융 융합데이터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변혁하는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이미 보유한 금융 데이터 뿐만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 그리고 나아가서 가상자산과 가상공간에서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금융회사는 기존의 금융을 넘어서서 비금융 생활서비스로 진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과 가상공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ESG 비전과 목표를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그린 텍소노미(Green Taxonomy)에 기반해 은행권의 녹색자산 투자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걸러내고자 하는 시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며 “이러한 국제적 기준은 우리나라 금융회사에도 가까운 미래에 적용될 것이므로, 올해부터는 넷제로(Net-zero)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때”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포용금융’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접근성 확보와, 더 나아가서는 양극화·불평등 심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급격한 디지털화는 경영진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명확히 측정되지 않는 새로운 리스크를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금융회사는 데이터 확보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함과 동시에, 새롭게 도입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실시간으로 통제·관리·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 복원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과 미국의 테이퍼링 진전, 금리 인상 그리고 미중갈등 심화 등 다양한 글로벌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스크관리 체계를 사전에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