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문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12월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년 1월 산업 업황전망이 악화했다. 살아나던 소비심리도 다시 가라앉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실적 BSI가 87로 지난달보다 1포인트(p) 올랐다. 전국 3255개 법인기업(응답 2784개)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업들의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제조업 업황BSI는 95로 11월보다 5p 높아졌고, 비제조업은 1p 하락한 82였다. 제조업의 전자·영상·통신장비와 금속가공 등이 호황이었던 반면, 비제조업의 코로나 타격이 큰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숙박업 등의 경기가 뒷걸음쳤다. 내년 1월 전산업 전망BSI는 84로 전월보다 1p 떨어졌다. 제조업이 92로 4p 올랐지만, 비제조업 전망은 5p나 하락한 78에 그쳤다.
무엇보다 소비가 먹구름이다. 한은이 전날 내놓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3.9로 지난달(107.6)보다 3.7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CCSI는 9월부터 오름세를 이어왔지만 4개월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 강화의 영향이 크다. 물가도 계속 치솟아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향후경기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가계수입전망 등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취업기회전망 지수도 크게 후퇴했다.
내년 초부터 산업경기 등 경제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수출이 우리 경제를 버텨왔지만,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 사태가 악화해 수출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금리인상과 자산시장 거품 붕괴,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도 심각한 위협이다. 게다가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후보들이 저마다 기존 경제정책 운용의 틀을 흔드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혼란만 키운다.
내년 우리 경제는 전환기적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년 동안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의 끝을 아직 가늠할 수 없고, 하루빨리 경제 정상화의 발판을 굳히지 못하면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의 성장을 기약하기 어렵다. 이 정부의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책 당국이 더 긴장의 끈의 조이고 중심을 잡아 국내 경제상황과 안팎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면밀한 위기 대처 방안을 수립하는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