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중국 위안화, 신흥국 통화에 毒 될까

입력 2021-12-23 16:53 수정 2021-12-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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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신흥국 통화 간 상관계수, 사상 최고 수준
신흥국 수출서 중국 비중 최근 11.3%까지 확대
내년 위안화 약세 시 신흥국 자금 유출 등 혼란 직면

▲중국 위안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가 신흥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가 내년 신흥시장 통화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위안화와 MSCI신흥시장통화지수의 상관관계가 지난 9월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통화지수에서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계수는 2010년 말 0.24에서 9월 0.81로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 이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0.72로 높다. 상관계수는 -1과 +1 사이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같이 방향으로 동일한 크기만큼 움직이는 것이고, -1은 반대 방향으로, 0은 무상관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은 통화 간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외환시장에서의 동조화란 하나의 통화에 대해 비교 대상 통화가 같은 방향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위안화 비중이 커진 데다 아시아 주요 신흥국 통화와의 상관관계가 최근 크게 높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위안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상관관계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인도 루피화와는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세계 무역에서 중국이 입지를 대폭 확대한 게 꼽힌다. 프랑스 금융기관 소시에테제네럴에 따르면 2000년 신흥국 수출 대상국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최근 그 비율이 11.3%까지 높아졌다.

막달레나 폴란 PGIM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들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크다”며 “중국의 정책 방향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통화 전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관계가 상승한 가운데 올해 위안화의 상대적인 강세는 신흥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위안화는 올해 계속된 수출 호황으로 중국에 들어오는 달러가 늘어나면서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위안화가 내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서구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한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부양이 다급해진 중국은 지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종전보다 0.05%포인트 낮춘 3.8%로 고시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내년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강세로 고전하는 신흥시장에 위안화 약세는 부담을 가중시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위안화와의 동조화 현상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자금 유출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위안화 대비 자국 통화 강세는 수출 전선을 위협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중국의 수입이 줄게 된다. 신흥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경제성장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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