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생존권 보상해라!”
“방역패스 다죽는다! 방역패스 철회하라!”
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22일 광화문 가득 메웠다.
이날 오후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정부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 속에도 많은 자영업자가 모였다.
자대위는 애초 방역 수칙에 맞춰 집회 인원을 299명으로 신고했다. 경찰은 인원수에 맞춰 입장 인원을 통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집회에 입장하려는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언성이 오갔다. 집회장 안은 거리두기가 제법 지켜졌으나, 집회장 밖은 입장하지 못한 자영업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대위는 방역 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철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반대 등을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날 대회사를 발표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일방적 희생양”이라며 “지난해보다 대출도 150조 원이 넘게 늘었고 견디다 못한 이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계속되는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입은 손실을 100% 소급 적용해 제대로 보상해달라는 목소리도 컸다. 정부는 21일 약 320만 자영업자에게 100만 원씩 총 3조2000억 원 규모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고, 손실보상 하한을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지만, 성난 자영업자 민심을 달래기엔 부족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연태 씨는 “2년 가까이 이어진 거리두기로 심각한 매출 피해를 보았는데, 직원이 5명을 넘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손실보상의 사각지대를 꼬집었다.
저금리 융자 지원 등 대출 위주의 지원과 사각지대에 불만을 드러낸 자영업자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실외풋살장을 운영하는 최창덕 씨는 “풋살장은 예외업종이라 저리 대출되지도 않고, 은행 일반 대출이랑 별 차이가 없어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출로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 상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864만 원에 달한다.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금융 부채 비중도 82%(9728만 원)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여전히 방역지원금과 저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날 2022년도 정책 계획을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4대 핵심 정책 방향 중 하나로 ‘소상공인의 신속한 피해ㆍ회복 지원 및 자생력 강화’를 내걸었다.
중기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방역 조치 강화에 따른 방역지원금 지급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희망대출플러스’ 10조 원, ‘일상회복 특별융자’ 2조 원 등 총 35조8000만 원의 저리 자금을 밝혔는데, 현재 자영업자들의 요구 사항과 거리가 있다. 이날 총궐기 현장에서도 새로 발표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이날 집회 무대에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오르자 “당신이 한 것이 무엇이 있냐”, “내려가”라며 정부 여당에 반감을 드러내는 외침이 이어졌다.
성난 자영업자들의 단체 행동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자대위 관계자는 내년 1월 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정대로 종료되지 않으면, 추가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회(코자총)는 23일까지 찬반 투표를 거쳐 전국 단위 집단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