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의 돈줄기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위기,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풀어내기 위한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큰손’ 연기금들은 석탄산업 등의 투자 배제를 결정하고 친환경이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저탄소 전환 실현에 연기금의 역할이 커지면서 자금 이동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석탄 채굴, 발전 산업 범위와 투자 제한 적용 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추진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는 지난 5월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하기로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연구용역은 석탄 관련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의 본격적인 적용을 위한 첫 번째 단계다. ‘어디를 어떻게 뺄 거냐’를 정하게 되면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4월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연기금 중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은 8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투자 원칙으로 채택한 국민연금이 석탄 채굴, 발전 산업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투자 규모는 12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산업 투자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18조6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12조65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기금 등 세계 기관투자자 중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환경 책임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올해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자산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석탄산업 투자 축소 기조가 더 가속화된다는 사실이다.
자산 규모가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5년부터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관련 업체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연구용역에 앞서 석탄 관련 투자처 지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연초 국민연금의 한국전력 보유 지분은 8.02%(5149만9027주)였지만 지난달 6.13%(3937만1521주)로 줄었다.
금호석유 지분은 연초 8.16%(보통주 248만4814주·우선주 6만3606주)에서 지난 9일 6.67%(보통주 203만2280주·우선주 6만3606주)까지 낮췄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변화가 시급하다”며 “석탄산업은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초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르면 상반기 중 석탄 채굴, 발전 산업 범위와 투자 제한 적용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2050년 탄소 중립 경제를 약속한 바 있다”며 “투자에 있어서도 탈석탄 관련 요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대상의 제외 기준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