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00조’ 대박을 터트린 쿠팡을 필두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증시 도전이 이어졌다. 야놀자,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두나무 등 기업들이 올해 나스닥 상장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계기로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가치 산정에 재평가도 이뤄졌다는 평가다. 다만 쿠팡의 주가가 반토막 나는 등 전망이 엇갈리고, 과거 나스닥에 상장했던 기업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 등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지난 3월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쿠팡의 시초가는 63.50달러로 최종 공모가(35.00달러) 대비 81%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886억 5000만 달러(약 100조400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일순간에 앞질렀다.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데뷔는 국내 기업들의 도전에 불을 지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 된 미 증시가 신규 상장 기업들에게 국내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란 인식이 퍼진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마켓컬리, 두나무, 야놀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두나무, 카카오모빌리티, 블라인드 등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상장은 소비트렌드 및 유통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신성장을 통한 부흥을 시장투자자들로 하여금 평가 받은 첫 한국기업 사례”라며 “쿠팡 상장을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의 적정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래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거래소 상장 조건이 어려워 국내 유망 기업의 해외 진출을 부채질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시가총액 단독 요건(1조원 이상)을 신설했다. 최소 시가총액·자기자본 요건도 5000억 원, 1500억 원으로 낮췄다. 상장 요건 변화에 호응한 마켓컬리가 최근 나스닥 상장 대신 국내 증시 상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소식도 나왔다.
다만 최근 쿠팡의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쿠팡이 상장한 지난 3월 11일 주가는 49.25달러를 달성했으나 지난 17일 29.15을 기록하면서 40.8%가 쪼그라든 상태다. 쿠팡의 주가가 많이 내려온 만큼 투자에 좋은 시기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물류 인프라와 인력공급 문제로 성장에 애를 먹고 국내 경쟁업체들과의 판촉경쟁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에 상장했던 국내 기업들이 버블이 꺼지면서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점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두루넷은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상장 유지가 어려워 상장폐지를 당했다. 미래산업·이머신즈·하나로텔레콤·이머신즈 등도 상장에 성공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은 과거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로 인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 기류는 닷컴 버블 붕괴 당시와 차별화 되는 부문”이라며 “당시 미국 경제에 의해 주도됐던 것과 달리 현 상황은 미국과 함께 중국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