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유권자들의 ‘정보 회피’, 정치 파괴의 ‘실망 기피’

입력 2021-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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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요즘 포털의 뉴스 기사를 보면 대통령 선거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주요 후보들의 과거 행적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부정적인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유권자들 중에서는 그러한 뉴스의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온라인 뉴스 기사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를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이론에서는 전통적으로 정보(information)를 가치 있는 것이라 간주한다. 정보가 개인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는 비용이 편익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그 정보는 존중받고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정보가, 심지어 무료로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정보 회피(information avoidance)’라고 한다.

물론 어떤 개인은 특정 뉴스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품고 있어, 해당 뉴스를 무시하기도 한다. 즉,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고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적 부주의(rational inattention)’와는 달리, 특정 정보를 구매하고 처리하는 비용이 아주 낮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보에 주목하지 않는 ‘정보 회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선거의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보를 회피하는 주된 요인은 실망 기피(disappointment aversion)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동층의 유권자를 생각해 보자. 이 유권자가 어떤 뉴스를 접한 후 지지 후보에 대한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된다면 크게 두 가지의 경로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첫째는 선거의 결과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비관적이 되어 불편해진다. 다른 유권자들이 그 정보를 확인하여 해당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으면, 패배 확률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정적인 정보 자체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비위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그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 그 예이다.

반면 해당 뉴스를 통해 지지 후보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 경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추가적인 행복감은 그리 크지 않다. 부정적인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던 이들에게 지지 후보를 바꿀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또한 부정적인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 개인에게 안도감을 가져다 줄지는 몰라도 추가적인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지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있을 경우, 유권자들은 그 뉴스의 정보가 가져다 줄 ‘실망감’에 대해 상대적으로 크게 염려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뉴스를 확인하지 않으려 하는 ‘정보 회피’의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 회피’가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대중의 선호(preference)와 정보를 반영해 주는 민주주의적 도구로 인식된다. 개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선거를 통하여 정치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유권자들이 성급하게 지지 후보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회피하면, 선거의 결과에 충분히 많은 정보가 반영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후보가 당선되어 사회 전체의 후생(welfare)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이 정보를 잘 습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 이를 위해 우리 유권자들은 좀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정확한 정보를 갈구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판단과 정보 회피는 유권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낮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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