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부동산 투자와 투기, 그리고 다주택자

입력 20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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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부동산부 차장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 문제는 늘 거론됐습니다.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라 볼 수 있죠. 문제는 투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행위이지만, 투기는 시장에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 들여다보면 투자로 볼 수 있지만, 반대쪽에서 다르게 보면 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바라보는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이 그럴 것입니다.

"다주택자는 범죄자입니까?"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제목의 글을 봤습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다주택자는 꾸준히 있었지만, 유독 문재인 정부에선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강력하게 배척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 등 일련의 정책을 보면 집값 급등의 원인을 다주택자에 전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이들만 억제하면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며 "종부세 대상자들에게는 종부세가 그야말로 세금 폭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후보의 주장처럼 1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자라고 모두 투기꾼일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편향된 인식을 갖고 정책을 내놓다보니 오히려 다주택자 옥죄기에 서민들만 죽어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다주택자는 그동안 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임대차 시장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들을 옥죄다 보니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출 규제마저 강화하다 보니 전세나 월세로 사는 이들은 당장 보증금 마련에 대한 걱정과 길거리로 내몰릴 걱정마저 하는 처지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옥죄기 이전에 충분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였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사고 역시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역시 단순히 주택을 이용해 돈을 번다고 투기꾼으로 봐야 하는 걸까요? 만일 이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인식하고 옥죈다면 결국 전세 시장은 씨가 말라버리지 않을까요?

물론 다주택자 중에 투기꾼들도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갭투자를 이용해 많게는 수백~수천 가구를 매입해 무리하게 주택임대사업을 하다가 보증금을 떼먹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죠. 분양권 프리미엄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모든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인식하는 정책을 펼칠 게 아니라 이런 투기꾼을 억제할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는 무주택자입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향해 무작위로 던진 칼날이 오히려 저와 같은 무주택자의 피눈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부디 내년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편향된 시선으로 정책을 내놓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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