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다 물 건너갔다. 회식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며 고용했던 종업원도 결국 내보내기로 했다. 하루하루 어떻게 버틸 지 잠이오지 않는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70대 A씨는 3일 기자를 만나 "연말 장사는 두 달 장사를 한 달에 다 할 정도로 매출 비중이 큰데 오미크론으로 손님이 줄기 시작한 상황에서 방역강화까지 발표돼 올해 장사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한 달 만에 막을 내리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A씨 역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 주부터 4주 동안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은 최대 6인, 비수도권은 8인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방역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수도권에선 최대 10인, 비수도권은 최대 12인까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연일 5000명 안팎을 넘나들고, 위증증 환자가 크게 늘어난데 따른 강화책이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도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한다. 기존에는 유흥시설(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등)과 노래(코인)연습장, 실내 체육시설 등을 중심으로 방역패스가 적용됐지만 6일부터는 학원, PC방,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오락실 제외), 스포츠경기장, 박물관·미술관, 마사지·안마소 등도 포함된다.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면서 의무적용 시설은 모두 16종으로 늘었다. 다만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1주일간 계도기간을 둔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이번 방안을 위드코로나 직전 방역체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강도보다 더 강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식당과 카페의 경우 방역패스가 적용돼 미접종자들의 경우 PCR 음성확인서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서다. 미접종자 1명까지는 예외를 인정한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와 신종 변이 출현 등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인원 제한과 방역패스 적용 확대 등 방역 강화 방침에 소상공인들은 설상가상으로 더 큰 매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조치로 각종 모임이 사실상 열리기 어려워져 안 그래도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역패스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도소매 유통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패스가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점도 우려했다. 청소년 접종률이 성인 대비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청소년 출입이 잦은 PC방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B씨는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올지언정 오히려 PC방 같은 곳에선 연쇄 감염이 거의 없다"며 "성인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을 내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에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한 대목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나흘 전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로 돌아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더 강화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A씨는 "주변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며 "정부 정책이 이처럼 며칠만에 손바닥 뒤집 듯 뒤집히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번 대책에 따른 손실보상 패키지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회 측은 "정부는 방역패스 확대 시행과정에서 전자출입명부 설치 비용을 비롯해 비대면 발열체크기, 위생·소독 기기 및 용품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며 "손실보상법에 따라 반드시 이번 대책에 상응하는 온전한 손실보상안 패키지를 내놓아야 한다고"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