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ESG 경영은 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입력 2021-12-02 05:00 수정 2021-12-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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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전 산업군에서 최대의 화두는 단연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다. 우리나라도 정부부처를 비롯해 각 기업들이 ESG 경영 관련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고, 자본시장에도 관련 상품과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통가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그룹이 최근 계열사를 중심으로 ESG 위원회를 신설했고 신세계 역시 그룹내 전 상장사에 ESG 위원회 설치를 완료했다. 특히 친환경은 마치 코로나19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 업체들마다 탄소중립과 일회용품 퇴출을 내세우기 바쁘다.

ESG는 실적만 추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장을 고민하고 기여하는 경영기법이다. 전사적인 내부혁신, 주주 요구 반영, 과정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핵심이다. 위원회를 만들고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게 중요한 요소일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너도나도 ESG를 얘기하기 시작하면서 흉내만 내는 이른바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선 현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ESG를 유행을 탄 겉핥기식 경영 전략으로 보는 경우도 많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 역시 ESG 경영을 단순히 '친환경 마케팅'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앞서 ESG 전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공유가치창출)가 유행어처럼 사용됐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ESG가 정해진 규격이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5월 내놓은 'ESG 투자 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ESG 워싱(세탁)'에 대한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기업이 표방하는 ESG 경영이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느냐가 아니라 명칭 부여와 홍보, 마케팅 등에만 치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무늬만 ESG에 그치지 않도록 정의, 분류, 평가, 책임 등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SG 평가를 SCI, DJSI, Sustainalytics(서스테이널리틱스) 등이, 국내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하고 있다.

문제는 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요소도 다르고, 그에 따른 가중치도 다르다. 이러한 평가 기준은 전 세계 70개국에 약 360개 정도가 있다.

국내 기관과 해외 기관의 평가가 아예 상반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선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이 생겨날 우려도 크다. ESG 경영을 하고 있지 않는데, 마치 지속가능한 기업인 것처럼 꾸며낸 것이다. 실제로 사회공헌을 많이해 사회적 평가가 좋은 기업이 있는데,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ESG 평가 기준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산업별, 기업별 특성을 이유로 평가 기준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도 있지만 이미 전세계적으로 ESG 공시기준을 정립하고 ESG 등급을 감독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IFRS가 ISSB 설립을 공식화해 ESG 공시기준 정립을 예고했고, IOSCO는 ESG 평가기관 및 데이터 제공기관들, 그리고 자산운용사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의 명확한 기준마저 만들지 못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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