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충격에 2910선으로 밀려난 코스피... 당분간 변동성 큰 시장 예상

입력 2021-11-29 16:14 수정 2021-11-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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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상적인(normal)’ 코로나19 겨울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칼럼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외신뿐만이 아니다.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세계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번지면서 국내 증권가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불확실성 변수 추가’, ‘I(인플레이션)의 공포를 누른 O(오미크론)의 공포’ 등의 리포트가 쏟아졌다. 전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O의 공포’에 먼저 반응한 글로벌 증시= 29일 코스피는 2900선을 밑돈 2890.78에 거래를 시작해 전 거래일보다 0.92% 내린 2909.32에 거래를 마감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S&P500 -2.27%·다우지수 -2.53%), 유럽(유로스톡스50 -4.74%), 유가(WTI -13.0%) 등 주요 글로벌 자산시장이 동반 급락하면서 예고됐던 충격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려는 움직임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욱 강하고,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려가 증폭되자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 국가에서는 여행금지와 항공편 운항 중지 조치를 시행했으며, 이스라엘의 경우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O의 공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 병목과 인플레이션 등 증시를 짓누르던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다.

◇2900 지켜낸 코스피…안심하긴 일러= 이날 코스피는 2900선을 간신히 지켜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오미크론 여파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코스피 예상 하단을 2810포인트로 제시하며 “지난해 9월 영국, 10월 인도, 12월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코스피는 고점 대비 저점까지 -7%(9월)와 -6%(10월)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은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한 국내 기업 실적에도 부담 요인이다. 이미 내년도 코스피 기업이익 전망치도 둔화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의 출현과 향후 일상회복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내 기업 실적 기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하향됐다. 주가수익률(PER) 하락은 극복 가능하지만, 기업이익 반전 기대 없이 코스피 부진 국면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 국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이 가장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1~2주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신흥국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열악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더 심화되고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신흥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꼽힌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조합을 특히 두려워하는 이유는 통화·재정정책 여력이 약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통화·재정정책이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따라 정책 강도를 약화하고 있어 정책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라고 짚었다.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하면서 채권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는 타격을 받았고 유가가 배럴당 68달러대까지 급락했다”라며 “현재 유가 수준이 고착화하면 물가 부담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반락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연구원은 “이달 초까지 국내 채권 충격 과정에서 과도하게 포지션을 줄여오면서 역으로 금리 반락은 리스크인 투자자들이 많다”며 “당장 금리가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고 할 순 없지만, 단기 반락 위험도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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