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라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과 공급망 차질, 금리 인상 우려에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부각되는 데 따른 경계론이 경기 회복 및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조만간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걷힐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급 병목 등이 정점을 찍고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물가 상승이 진정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쇼크’는 증시의 최대 화두가 됐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오르며 3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자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분위기다.
물가 상승 우려는 특히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은 금리 조기 인상을 유발한다.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엔 부정적이다. 상대적으로 주식에 투자할 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은 뒤틀린 공급망이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길게 이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수요 폭증과 엇박자를 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압박에 각국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 회복의 자연스러운 상황이란 전망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원유 등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까지 겹쳤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84.65달러까지 치솟았다. 2014년 10월 13일(85.74달러)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비축유 방출 소식에 이달 들어 일부 떨어졌으나 공급 대비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에너지에서부터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 시기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 정점을 지나 내년 초 본격적인 물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 급등의 원인 중 하나인 공급망 병목 현상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연말이나 연초께엔 공급자 측 요인이 약화하면서 진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지난달 정점일 것”이라며 “1개월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다음 달부터는 빠른 안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지만 병목 현상은 고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기간 동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연말 쇼핑 대목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긍정적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긍정적 전개를 상당 부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에너지와 물류 비용 등은 이미 정점을 통과한 상태로 연말 소비 기대감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