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질’... 11월 돌아선 매수세 = 이달 들어 외국인은 매수세로 전환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855억 원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부터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종목은 SK하이닉스(4566억 원), 삼성SDI(3067억 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837억 원), 카카오(2708억 원), 크래프톤(2311억 원) 등이다.
외국인의 ‘사자’ 전환은 북미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리딩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코스피 지수와 상관성이 큰 중국 지수는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기업 ADR로 구성된 ‘나스닥 Golden Dragon China 지수’로, 코스피와의 상관관계가 0.82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상관관계가 1이면 같은 흐름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CSI3000지수(0.76), 상해종합지수(0.53), HSCEI지수(0.15)보다 상관관계가 높다.
곽병렬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상장된 중국기업 AD 과 코스피 지수의 높은 상관성은 국제분업 가치사슬 상 한국과 중국의 높은 연계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 체계”라면서 “이러한 나스닥 Golden Dragon China 지수는 8월 말 저점 형성 이후 W자형의 바닥 탈출(Bottom out)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외국인들의 더한 매수세는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발간된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재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32.2%의 지분율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는 올해 초 36.9%을 기록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2015년의 지분율 31.7%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과거를 돌아봤을 때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미 저점에 달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기조 전환 단언할 수 없는 증시 흐름 = 11월 반짝 외국인이 돌아왔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불안한 수급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대란과 더불어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재정 정책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의 업황 부진이 외국인의 실망감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단기 금리차로 확인 가능한 경기 흐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는 원/달러 환율 등도 외국인 순매도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한국 주식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기조가 매수 우위로 바뀌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소비재 기업 비중이 높은 미 증시와 달리 수출 의존도가 높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구조로 상품 가격과 공급망 혼란은 한국 증시에 크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수급은 둘쑥날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0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조335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9월에 반짝 순매수(2조5170억 원)로 전환했지만, 다시 ‘팔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12월 연말에도 외국인이 2조 이상 팔아치우면서 순매도로 전환한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수급은 예측하기 어렵다.
불안한 증시환경에 모건스탠리도 내년 코스피 전망을 3000선으로 내려 잡으면서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와 정책 변화가 증시에 큰 영향(big swing)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