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 韓 '수소 생산'…"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절실"

입력 2021-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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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11-1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지리적 여건상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한계…80%는 해외에서 들여와야

정부가 수소 밸류체인 중 유독 '활용' 분야에 집중하고 '생산'에는 소홀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활용 분야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생산 분야에서는 여러 요건 상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소는 에너지 산업인 만큼 생산부터 활용까지 파생되는 사업이 무궁무진하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도 막대하다. 수소위원회와 글로벌 자문사 매켄지가 최근 발간한 '수소 인사이트 보고서(Hydrogen Insights report)'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소 사업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약 576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소 사업의 밸류체인은 크게 생산, 유통, 활용 등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수소를 만들고 이 수소를 운송한 뒤, 수소차 등 플랫폼에 연료 등으로 쓰는 단계로 수소 생태계가 이뤄진다.

이 중에서 핵심은 '생산' 분야다. 현재 가장 주된 에너지원인 석유 산업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유통, 활용 인프라가 탄탄하더라도 원유 생산국의 몽니 한 번에 석유 생태계가 전체가 휘청이는 사례가 수없이 반복돼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수소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에서 수소를 뽑아내거나,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수소로 바꿔 만든다. 블루 수소는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이용해 그레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최소화한 것을 말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다.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는 그린 수소다. 나머지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에서 만드는 수소 대부분은 그레이 수소다. 더구나 국내 지리적 여건상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명확해 그린 수소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작년 기준 7.2%였다. 독일(46.7%), 영국(44.9%)이나 일본(21.6%), 미국(20.7%)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수소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산간 지형과 인구 밀도가 높아 재생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부족하다"며 "최근 탄소 중립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 국내 수소 수요는 약 3000만 톤이지만, 이 중 20%만을 국내에서 생산한 수소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80%는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수소 활용 분야에서는 강점이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국들의 분야별 수소 기술 수준 비교에서 한국은 수소생산 분야에서 꼴찌였지만. 수소저장과 운송, 충전 등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는 3위였다. 수소모빌리티는 독일에 1점 차이로 밀려 3위, 연료전지는 2위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다음으로 높다. 특히, 수소차 판매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에서는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재계가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한국판 수소 위원회인 'Korea H2 Business Summit(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공식 출범했다. 왼쪽부터 출범식에 참석한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사진제공=Korea H2 Business Summit)
▲재계가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한국판 수소 위원회인 'Korea H2 Business Summit(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공식 출범했다. 왼쪽부터 출범식에 참석한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사진제공=Korea H2 Business Summit)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SK, 한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 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전기차(FCEV)와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 중이다. 수소 연료전지를 직접 개발해 차량과 트럭, 선박, 도심항공교통(UAM)까지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수소 사업 전담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2025년까지 수소 생산ㆍ유통ㆍ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발전을 바탕으로 한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수소 압축과 저장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수소의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계열사들의 전문인력을 모아 ㈜두산에 수소TF팀을 구성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 사업에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생산 분야에서는 자체적인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협업, 인수ㆍ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소 공급을 국내에서 모두 충당할 수 없어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소 공급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쌓아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은 호주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발주한 블루ㆍ그린수소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참여했다. 최근 실증 단계에 접어들며 수소 수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다른 수소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소수 사태만 봐도 원료 공급망이 흔들릴 때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며 "수소에 대한 자체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을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이 수소 사회 구현의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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