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면 중심의 근로를 대체하는 기술변화가 나타났고, 이 영향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단순노무·서비스업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발표한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 향후 전망(엄상민 명지대학교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간대비 42만8000명 줄었다.
전반적으로 평균임금이 낮은 산업·교육수준·직업에서 고용이 더 많이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대면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21만7000명)과 도소매업(-17만7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교육 수준별로는 고졸 이하(-46만3000명)에서, 직업별로는 판매직(-15만6000명)과 서비스직(-15만5000명)의 고용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엄상민 명지대 교수는 "직업별 고용을 보면 산업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충격이 이질적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재택근무가 어려웠던 산업과 직업에서 고용 충격이 더욱 심각했고, 이러한 차별적인 고용 충격은 경기 회복기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코로나19 이전 자동화 등의 기술발전으로 반복직무 직군의 노동수요가 감소하고, 전문·관리직과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는 증가하는 구조 변화가 진행돼왔다고 분석했다. 컴퓨터의 발달 등으로 반복적인 직무를 대신하는 자동화 기술이 가능해져서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근로가 어려운 직무에서 비용이 증가했으며, 향후 기술발전은 비용이 높은 대면 근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령 비대면 서비스가 어려웠던 음식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배달로 대체되는 식이다.
KDI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대면 중심의 근로를 대체하는 기술변화는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가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량적으로는 새로운 기술변화로 인한 단순노무·서비스 직군의 고용 비중은 2025년 기준 0.8%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전문·관리직과 반복직무 직군은 각각 0.3%P, 0.5%P 상승했다.
올해 3분기 기준 계절조정 취업자 수인 2704만 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술변화로 인해 단순노무·서비스 노동수요가 21만 명 감소하는 셈이다. 반면, 전문·관리직과 반복직무 직군은 각각 7만 명, 14만 명 증가한다. 연령별로는 단순노무·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60대에 대한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노무·서비스업에는 저숙련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고 있어 코로나19 이후의 고용구조 변화로 인해 경제적 취약계층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KDI는 자영업 등에서 저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경우, 플랫폼 시장 등에 저숙련 노동공급이 증가하며 근로 여건이 더욱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60대 이상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에서 노동수요가 감소할 경우, 직업 전환이 어려운 경제 주체들에게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KDI는 고용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엄 교수는 "노동수요 변화에 맞춰 노동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생학습, 취업 교육 등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직업 전환 시기의 단기적인 충격을 경감하고, 고령층 등 직업 전환이 어려운 계층에게는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