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금 중에서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상속세(정확히는 상속증여세)이다. 상속세는 사망 시에 내는 세금이고(윈스턴 처칠은 이 세금을 죽은 자에게서 걷는 세금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논쟁은 이 세금의 성격에 대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상속세의 과세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회의 균등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명해 보이는 상속세의 존재의의 내지는 장점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우선 형평이라 하면 더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 간의 형평, 즉 수직적 형평성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경우 상속세는 확실히 상속을 받는 다음 세대의 수직적 형평성을 증진시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자산을 축적하더라도 본인을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한 경우는 상속세 부담이 적어지는데 이는 수평적 형평성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대조적인 소비 패턴을 가진 두 사람을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자식을 위해 근검절약을 하고 다른 사람은 방탕한 생활로 낭비를 했는데, 전자가 후자보다(혹은 그 자식세대에서) 더 많은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세금이 가지는 비효율성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상속세의 대상은 결국 유증자의 저축의 결과인데, 이에 대한 과세는 저축에 대한 과세가 되어 경제 전체의 자본 형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이 세금에는 많은 조세회피 수단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식들에게 낭비적인 소비를 조장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은 사교육을 포함한 교육에 대한 과잉지출 같은 문제이다. 어차피 세금 때문에 물려주지 못한다면 교육에 과도한 지출을 하려는 동기도 생기는데, 이는 이 세금이 목표로 했던 기회의 균등에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상속세의 본질이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으며, 그런 연유인지 상속세를 아주 폐지한 국가도 있고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상속세 폐지 논의가 가능은 하겠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상속세의 부담이 과중하지는 않은지에 대한 논의가 더 의미가 있을 것인데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상속세의 부담은 당연히 세율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율은 각종 공제 후 명목세율이 50%로서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매우 높은 편이다. 더구나 기업 최대주주의 경우 할증까지 되어 세율이 60%까지 된다.
사실 재산의 50%를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것은 아무리 사회적 형평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세금을 부담하는 당사자로서는 자손에 대한 증여가 너무 적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즉, 기회의 균등을 위한 세 부담의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논의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율을 낮추자는 의견도 많다. 반면 형평성 차원에서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많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상속세 부담과 관련한 또 하나의 논점은 현행 유산과세형을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전자는 사망한 피상속인(유증자)의 재산 전체가 과세 베이스인 반면 후자는 실제 귀속된 인별 상속분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속인이 한 사람일 때는 두 형태에 있어 세 부담 차이가 없지만 상속인이 둘 이상이 되면 누진적 세 구조 아래서는 전자의 세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가 유산과세형인 것은 세 부담의 수직적 형평성을 높이고자 한 것인데 개별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높은 데 대한 불만이 당연히 있게 된다. 따라서 이를 취득과세형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은데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가업승계의 경우 상속세에 특례를 주는 제도를 좀 더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도 있다.
상속세 제도는 오랫동안 현재의 골격을 유지해 왔다. 기왕에 이 세금의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시점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