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한 해 장사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이후 한계상태에 다다른 기업일수록 부도 위험도 빠르게 커졌다. 부실기업이 빠르게 줄도산할 경우, 금융권 위험으로 옮겨갈 수 있는 만큼 기업회생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업의 재무성과와 기업도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도 확률 최상위 그룹 소속 기업 수는 총 819개로 집계됐다. 부도확률 최상위 소속 기업 수는 기존 384개였고,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편입된 기업이 435개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했다. 짧은 시간에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상위 부도확률 그룹에 신규기업 수가 대거 늘었다. 이들 기업 중 3분의 2 이상이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단기간 내 부도 확률이 높아진 경우, 실제 부도 가능성도 더 컸다. 기존 최상위 그룹에 소속됐던 기업의 평균 부도확률은 지난 2019년 10.55%에서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15.71%로 5.1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새롭게 진입한 기업의 평균 부도확률은 0.72%에서 8.46%로 1년 만에 1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기업의 부도확률이 높아진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외부감사 기업 중 부도확률이 가장 높은 20분위 그룹의 평균 부도확률은 11.86%로, 전년(7.39%) 대비 4.4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외부감사 기업 전체의 평균 부도확률은 0.92%로 전년 평균 부도확률(0.67%) 대비 0.25%포인트 높아졌다.
대부분 업종에서 부도확률이 증가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단축 등 영향으로 영상 오디오 제작보급업(1.63%), 숙박 및 음식점업(1.31%),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08%) 순으로 부도확률이 늘었다.
기업들의 부도확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기업회생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등 기업 유동성 지원 정책을 펼친 바 있다. 향후 정책 프로그램이 종료됐을 때 취약기업의 재무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 도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회생 수용 능력, 절차 등 실질적인 구제책은 미비한 수준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기업회생 절차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절차 간소화, 절차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주도의 DIP(Debtor In Possession)금융 공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기존 구조조정 정책펀드를 활용해 구조조정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중소기업의 기업가치 보존을 위해 효율적인 프리패키지 플랜(P-Plan)과 같은 방식의 기업회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도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