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출 규제의 득실

입력 2021-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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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김유진 기자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로 대출 시장은 비상이다. 금융당국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넘어선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 전반에 위기가 전이될 것을 우려해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자 돈을 빌리려는 국민 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주는 은행까지 모두 ‘위기’라고 말한다.

돈을 빌리려는 입장에서는 은행의 높아진 대출 문턱이 부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높은 이율을 감당하더라도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리는 것은 물론, 홀로 채무를 설계하기 어려운 이들은 대출 상담사나 채무 상담 카페까지 찾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듣기론 작년 같은 기간보다 채무 상담을 찾는 이가 절반이 넘게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높은 대출 문턱을 넘어 ‘차주(借主·돈을 빌린 사람)’가 된 사람은 오히려 “능력 있다”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 돼버렸다.

은행도 “어렵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대출을 늘려야 수익성이 늘어날텐데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고, 또 가계대출 증가세를 수시로 확인하는 금융당국의 ‘호출’도 무서우니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의 어렵다는 말을 표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실보단 득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패를 냈어도 기존에 내어준 대출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단 한 차례밖에 단행하지 않았고, 미국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가능한 상황에서 변동금리 비중까지 큰 터라 은행이 상당폭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출 증가율 둔화보다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폭이 더 클 것이란 의미다.

은행에 득이 되는 부분은 또 있다. 대출 규제가 전통 은행에 위협이 되던 인테넷은행·빅테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풍선효과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전통은행과 동일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며 사세 확장에 제동이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당면 과제가 가계부채 위험 축소에 있어 전통은행의 자리는 오히려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의 ‘어렵다’는 말이 진정성 있게 와닿을지는 의문이다.

은행이 애로사항만 토로하는 대신에 대출 빙하기에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금융당국을 대신해 실수요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이에 힘을 쏟을 수 있길 바란다. 실수요자마저 ‘비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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