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제재로 국내 유입이 막힌 이란산 원유가 내년 2월께 국제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값싸고 효율적인 이란 원유 수입이 재개된다면 국내 정유ㆍ석유화학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S&P 글로벌 플래츠'는 최근 개최한 '아시아 태평양 석유 콘퍼런스(APPC)'에서 최근 이란산 원유가 2022년 1분기 중에 국제 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S&P 글로벌 플래츠 관계자는 "미국과의 장기간의 핵 회담과 협상 끝에 이란산 원유는 2022년 2월 국제시장에 복귀할 것”이라며 "아마도 2월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대로 이란산 원유의 유통이 재개된다면 국내 정유ㆍ화학사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른 지역의 원유와 비교하면 고품질인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되면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덴세이트(condensate)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모두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산 원유는 경제성이 높아 국내 정유ㆍ석유화학사들이 선호해왔다. 대부분 초경질 콘덴세이트인데, 석유화학 사업의 원재료인 나프타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같은 양으로 더 많은 나프타를 만들 수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이란산 원유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를 차지했을 만큼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당시 국내 업체 중에서는 한화토탈을 비롯해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등이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나프타를 추출, 파라자일렌(PX)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석유산업을 테러 집단의 자금줄이라고 지목하고 경제 제재를 내린 이후 수입이 막힌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에서 원유를 마지막으로 도입한 것은 2019년 4월이었다. 그 이후로 지난달까지 수입된 물량은 하나도 없다.
국내 일부 정유사들은 콘덴세이트 전용 정제 설비인 CFU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시설에 필요한 원료는 일반 원유가 아닌 콘덴세이트다.
이란 제재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카타르ㆍ호주ㆍ영국 등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콘덴세이트를 수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이란산 원유가 실제로 국제 시장에 풀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 제재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가능성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다. 최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중단된 것만 해도 그렇다"라며 "앞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는 불협화음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외교 채널을 가동해 중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에서 원유를 사들여 대이란 제재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