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가의 친환경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도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등장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유동성, 환헤지 여부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는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의 해외 탄소배출권선물 ETF 4종을 지난 30일 신규 상장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된 ETF들에 대해 “국내 최초로 상장하는 탄소배출권 ETF”라며 “금융 시장의 늘어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국의 증시에는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9월에 신규 상장한 ETF들은 여러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미국 신규 상장 ETF 46개 중 액티브 상품이 29개(63.0%)로 한 축이 됐고, 세부 투자자산으로 비교했을 때는 ESG 유형이 14개(30.4%), 자산 배분 ETF 6개(13.0%), 테마 ETF 6개(13.0%)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9월 신규 상장 ETF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국내 상장 예정인 탄소배출권 ETF다. 국내에서는 30일 상장한 종목을 포함해 9월 중 총 6개의 ETF가 상장됐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ETF 상장 속도는 둔화됐지만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 가능성에도 글로벌 정책 방향성과 이슈 측면에서 중장기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EU를 필두로 주요국 정부는 탄소세 부과나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ETS, Emissions Trading Systems)를 도입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ETS를 통해 거래되는 물량 비중은 2020년 10.0% 수준이었으나 올해 7월 중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소 출범으로 올해 기준 지금까지 16.3%로 올라선 상황이다.
글로벌 탄소 중립 정책과 맞물려 탄소배출권 거래 비중 및 적용 범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일례로 EU가 ‘Fit for 55’ 패키지를 통해 ETS 도입 산업군을 해운, 도로, 건설 부문까지 확대한 바 있다.
내달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공약 및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제안 등이 주목된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및 규제 압력에 의해 기업들은 저탄소 전환에 나설 것이지만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에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시장 조성 초기단계인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ETF 투자 시 유동성, 환헤지 여부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상장 예정인 탄소배출권 ETF는 크게 유럽과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로 나뉘며, 기초지수의 정기변경(롤오버)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해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난 해 기준 전체 탄소배출권 시장 비중의 80%에 달하는 유럽 탄소배출권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럽의 경우 재봉쇄 이후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유로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기에 환헤지 상품이 유의미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