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지난달 11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보고서다. 당시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며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잿빛이던 반도체 업계 전망은 장밋빛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와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긍정적 관측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 대부분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24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을 1조7968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를 약 1조3808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종목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SK하이닉스 4174억 원가량을 샀다. 이달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에서 1170원대 후반까지 치솟는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들의 반도체 투자는 계속됐다.
글로벌 ETF 자금 흐름에서도 IT와 반도체 업종에 자금 유입이 포착됐다. 글로벌 반도체 ETF로의 유동성은 8월 20일 이후 6주 연속 유입돼 누적 자금은 8493만 달러에 달한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최고가 7만7700원까지 오르며 ‘8만 전자’ 복귀를 바라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오후 1시 39분 기준 0.96% 오른 10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연말 소비 시즌 기대... 재고축적 수요 ‘상승’ =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 심리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와 이를 앞두고 가시화되는 재고축적 수요 동력(모멘텀)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재고축적 수요 유입 시그널은 최근 들어 감지되고 있다. 8월 ISM 제조업지수가 재고와 신규주문, 생산지수 등의 상승으로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8월 소매업체 재고율도 1.08에서 1.11로 상승했다. 연말 소비시즌을 앞두고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재고율의 반등세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고축적(Restocking) 수요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미국 제조업은 경기 회복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교역 개선되고 한국 수출 동력(모멘텀)이 강화되면 한국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면 코스피 상승 동력(모멘텀) 강화 및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수출 호조도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이는 변수로 외국인 매수심리를 자극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작년 10월~12월까지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코스피 급상승한 바 있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전망 ‘맑음’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도 외국인 매수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에 있을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매출액은 7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이 70조 원을 넘는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번 DRAM가격 하락 싸이클 지속 기간은 3개 분기 수준으로 예년대비 짧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2년 3분기 이후 다시 상승세에 진입하여 중장기적 실적 성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영업이익 추정치를 반도체 10조1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하면서 호실적을 낼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을 11조8400억 원, 영업이익 4조1000억 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분기 분기 매출액 1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끌어올리며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