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 정치 이슈로 비화

입력 2021-09-15 13:55 수정 2021-09-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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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자산관리상품 투자자들, 이자 지급 못받자 시위 불사
사회 안정 중시 정부, 헝다 구제 놓고 고심
자회사 헝다자동차 시총 하루 새 93조 증발하기도

▲중국 선전의 헝다그룹 본사 앞에서 13일 경비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잡고 서 있다. 선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선전의 헝다그룹 본사 앞에서 13일 경비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잡고 서 있다. 선전/로이터연합뉴스
파산 위기에 놓인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 문제가 정치 이슈로 비화할 조짐이다. 투자자들이 연일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자 정치 안정을 중시하는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금난에 허덕이는 헝다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수익 상품인 자산관리상품(WMP)의 막대한 손실에도 직면했다.

지난주 두리앙 헝다 자산 부문 총책임자는 “중국 전역에서 7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했고 그 중 약 400억 위안(약 7조2756억 원) 상당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헝다가 보증한 WMP 일부가 기한 내 이자 지급을 이행하지 못하자 거리로 나왔다. 블룸버그는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허난성에서 선전까지 20시간 넘는 거리를 온 공장 노동자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날 선전 헝다그룹 본사 앞에서 50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고, 해당 시위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전역에 급속도로 퍼졌다.

헝다는 현재 채권자와 채무 이행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른 부채에 대한 ‘크로스 디폴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크로스 디폴트는 한 채무 계약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선언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빚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아파트 분양도 차질을 빚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당국도 난처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은 연일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항의하고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일으키는 상황을 전하고 있다. 특히 헝다의 파산이 부동산 시장 전체 문제로 퍼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현 상황은 당국의 구제금융 결정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헝다 상황은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가 아닌 부동산 붕괴”라며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민간 기업의 상품이 파산해 투자자들이 항의하는 모습은 드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부동산업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헝다의 디폴트를 허용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위험한 일”이라고 짚었다.

중국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헝다의 ‘관리된 붕괴’를 유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아이리스 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우린 정부가 헝다를 구제할 만한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헝다를 밀어내지도 않는 것으로 보며, 보다 질서 있는 감독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회사 위기에 전기차 자회사인 헝다자동차 주가도 폭락해 하루 새 시가총액이 약 800억 달러(약 93조 원) 증발했다. 헝다가 유동성 위기 대응 차원에서 헝다자동차를 비롯한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헝다자동차 주가는 이날 홍콩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28% 폭락했다. 한때 헝다자동차는 미국 포드 시총을 추월하기도 했지만, 모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95%나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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