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교부 여권 이름 변경 거부 처분 '위법'"…첫 판단

입력 2021-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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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법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완고한 외교부" 일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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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영문 이름 변경을 거부한 외교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A 군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여권 영문 성명 변경 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군은 2014년 국외에서 출생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계속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A 군의 부모는 해당 국가 행정기관에 출생을 신고하면서 사용한 로마자 표기대로 국내에 여권을 신청했다. 불어에서는 ‘H’가 묵음이어서 한글 이름과 달리 불어권에서 생활하기 더 적합한 로마자 음역이라고 판단한 대로 표기했다.

그러나 관할 구청은 로마자표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신청한 내용과 다른 이름으로 변경해 여권을 발급했다.

이후 A 군의 부모는 현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문 이름에 맞게 정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되고, 행정심판도 기각재결되자 소송을 냈다.

구 여권법은 원칙적으로 여권 로마자 성명은 한글 성명을 음절 단위로 음역에 맞게 표기한다고 규정하면서 취업·유학 등 예외적인 변경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했다.

재판부는 “A 군은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해 그 로마자 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상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군이 태어나 지금까지 평생 불리고 쓰던 이름을 계속 쓸 수 없게 된다면 사회생활상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정신적 혼란을 겪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우리나라가 가입·승인한 국제규약에 따른 관점에서 보더라도 추상적 공익, 국가적 위신이라는 추상적 사유만을 들어 기본권 보장을 뒤로 물릴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아동 인권 협약은 행정당국 등에 의해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정한다. 당사국은 아동복지에 필요한 보호와 배려를 아동에게 보장하고 이를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여권법 시행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이후에도 계속 완고한 태도를 보여온 외교부에 대해 국민의 영문 여권명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이를 허용해 주도록 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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