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업권 협회와 중앙회, 신용정보원, 신용정보회사들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신용 회복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개인 사업자가 대출을 연체하더라도 12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경우 그 연체 이력 정보를 상호 간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이 협약의 대상이 되는 대출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 원 이하다. 금융권은 관련 전산 인프라를 변경한 뒤 10월 초부터 연체 이력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번 협약은 2001년 4월 당정이 추진한 서민 금융 보호 대책과 유사하다. 당시 당정은 사채업자들로부터 서민 금융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5월 말까지 연체금을 갚은 차주의 신용 불량 기록을 삭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선의의 신용불량자를 사면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대상 대출의 규모는 이번 협약의 절반인 1000만 원 이하였다. 당시 카드 대금은 200만 원 이하의 연체가 대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 정보 미공유’가 사실상 ‘연체 정보 삭제’와 같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A은행에서 연체돼 대출을 못 받던 사람이 B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 B은행의 대출도 못 갚으면 이 차주와 같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의 리스크가 올라가 이들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등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다가 물려서 연체됐을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자에게 페널티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오면 누가 차곡차곡 이자를 내겠냐”며 “(이번 정책보다는)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장기 분할 상환을 하는 등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차주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기존 정책인)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것과 반대된다”며 “모든 개인에게 정책을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신용 시스템엔 긍정 평가 방법과 부정 평가 방법이 있다”며 “부정 평가의 요소 중 하나가 연체 정보인데 이는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