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합병 결의 하루만인 21일 KT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서를 제출했다. 바야흐로 통신시장에 거대공룡의 탄생이 임박한 것이다.
반면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은 잇따라 KTㆍKTF 합병을 맹비난하고 반대 입장을 천명하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KTㆍKTF 합병의 속도내기는 성장 정체에 빠진 KT가 이석채 사장 취임을 기점으로 매출액 확대와 유ㆍ무선 컨버전스 산업을 통해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많다.
외형만 보면 KTㆍKTF의 합병은 전무후무한 통신 공룡기업의 탄생이라는 표현이 맞다.
2007년 기준으로 KT는 매출 11조 9000억원, 순익 9675억, 자산 18조원, 직원 3만5000명이다. KTF는 매출 7조3000억원, 순익 2440억원, 자산 7조4610억원, 직원 2500명이다.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KT는 매출 19조원, 자산 23조6000억원, 직원수 3만8000명에 달한다. 2위업체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합한 매출 13조원, 직원수 6000명을 압도한다.
KT의 12조원 한계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어 20조원의 매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KT 관계자는 "영업과 마케팅 비용을 연간 3000억원 이상 낮추는 등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투자와 해외시장 공략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SK 텔레콤, LG 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 논리는 필수 통신설비를 독점하고 있는 KT의 지배권이 확대되면서 경쟁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경쟁 업계 관계자는 "전체 통신가입자의 51%, 매출액의 46%를 독식하게 돼 공정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며 "필수 통신설비를 KT가 독점하고 있어 유무선 통신과 IPTV, 인터넷전화까지 지배권이 확대될 것"으로 주장한다.
실제로 21일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통신 3社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제한적 폐해가 발생해 소비자 편익이 침해될 수 있어 합병은 불허돼야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역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합병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고 더 나가 합병 반대 건의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한편 KTㆍKTF 합병을 바라보는 증권업계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ㆍKTF 합병은 긍정적인 요인이 많지만 시내망 분리 요구, 정부의 합병 인가 조건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합병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통한 경쟁력 제고 ▲이동통신과 방송의 경쟁력 제고 ▲성장성 높은 KTF 사업 흡수 ▲무선사업 마케팅 역량 강화 ▲설비투자 및 영업비용 절감 ▲마케팅 경쟁력 강화 ▲효율적인 인력 조정을 꼽았다.
부정적인 요인으로는 ▲이통사 흡수로 접속료 등 유선사업의 규제 수혜 축소 ▲KTF의 이동통신사업이 후발 업체로서 누리던 비대칭규제의 수혜 축소 ▲SKT 지배력에 대한 주장 약화 등을 지적했다.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사 합병의 관건은 ▲자사주 활용 정도 ▲규제 이슈 ▲시너지 효과에 대한 부분으로 규정한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이석채 사장의 취임과 방송통신 위원회의 방송, 통신 융합에 대한 의지를 감안하면 규제 리스크는 예상 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푸르덴셜투자증권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합병까지의 리스크 요인으로 ▲방통위, 공정위 등 정책당국의 합병 승인여부 ▲PSTN부문의 분리 요구 가능성 등 경쟁사의 반발 ▲외국인 지분한도 제한 문제 해결여부 ▲전략적 투자자인 NTT Docomo의 향후 행보 ▲과다 주식매수 청구권 발생 가능성 등을 들었다.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방통위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이라는 정책목표를 감안할 때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승인때 처럼 일정 부분의 조건을 전제로한 조건부 승인 형식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관건은 조건부 승인의 내용에 KT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제한하는 부분이 포함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정책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이 나더라도 KT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한할 수 있는 PSTN망 분리, 사업부문별 점유율 제한 등의 규제를 포함한 조건부 승인 형태로 결론나게 되면 합병 시너지가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