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숨 덜었다” 미국 CDC, 퇴거 유예 조치 2개월 연장

입력 2021-08-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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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까지 감염률 높은 카운티 한정
‘델타’ 확산 방지 목적
‘의회 절차 필요’ 대법원 결정이 변수

▲미국 보스턴 주 의회의사당 밖에서 지난달 30일 세입자 퇴거 유예 종료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보스턴/AP연합뉴스
▲미국 보스턴 주 의회의사당 밖에서 지난달 30일 세입자 퇴거 유예 종료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보스턴/AP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처로 마련된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가 지난달 만료됨에 따라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던 수백만 명의 세입자들이 일단 한 시름 덜게 됐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감염률이 높은 카운티에서 임대료 체납자에 대한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유전자 변이로 감염력이 더 세진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델타’가 퍼지고 있어 감염 방지를 위해 격리할 수 있는 주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조치는 오는 10월 3일까지 2개월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전국 단위였던 이전 조치와는 달리 유예 대상이 감염 확대가 심각한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약 90%의 임차인이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 만료로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던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적어도 60일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2개월 이내에 거리로 쫓겨날 위험에 처한 미국인 숫자는 6월 5일 기준 360만 명 규모로 추산됐다.

앞서 CDC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막고 자가격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의 세입자에 대한 퇴거를 금지하는 유예조치를 내렸고, 이는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계속해서 연장됐다. 하지만 이 조처는 미국 대법원의 판단에 의해 7월 말까지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지난 6월 집주인이 낸 퇴거 유예 조치 무효 소송에서 지난달 말까지의 연장을 인정하는 한편, 의회가 철거 유예를 정당화하는 입법 조처를 했어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후 의회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10월 중순까지의 연장을 모색했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7월 말 기한 만료를 앞두고 CDC에 조치 연장을 요구했지만, CDC는 ‘의회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단에 비춰 법적 권한이 없다고 거부했었다.

이번에 CDC가 감염 확대가 심각한 지역으로만 한정한 것도 퇴거 유예 조치를 부활·연장한 것도 의회 승인이 수반돼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집주인의 유예 조치 무효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대법원이 CDC의 이번 결정을 타당하다고 판단할지는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대료 보조금을 체납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세입자나 집주인을 위해 46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의 임대료 지원 범위를 마련하고 있지만,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6월 말까지의 지급분은 30억 달러에 그쳤다. 임대료를 회수하지 못하면 집주인도 자신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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