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예견된 흥행 참패...투자자 부담 커질까

입력 2021-08-04 13:54 수정 2021-08-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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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저조한 청약 성적은 예견된 절차이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차례 몸값을 낮췄지만, 고평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주관사에서도 이례적인 수요예측 기간으로 기관투자자 설득에 공을 들였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했다. ‘하반기 IPO 대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거품 논란이 꺼지지 않으면서 투자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IPO 최고 기대주로 꼽혔던 크래프톤 공모주 일반 청약이 증거금 총 5조358억 원, 경쟁률 7.8대 1수준으로 마감했다. 경쟁률이 낮아 최소 단위인 10주 이상을 청약한 모든 청약자가 균등 배정분을 받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IPO 시장 광풍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상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상장 심사부터 고평가 논란이 뒤따랐다. 애초 희망 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따라 40만 원∼49만80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최종 공모가는 49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일 “‘크래프톤은 비싸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IPO 시장이 호황이지만, 크래프톤을 받지 않은 기관투자자들도 많다. 2주간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주관사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대해 설득하려는 의도였다. 가격을 수정해도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흥행하지 못했다. 전체 공모 물량의 55%인 475만9826주 모집에 국내외 기관 621곳이 참여했고, 경쟁률은 243.15대 1 정도였다.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 확약 비율은 22.05%에 그쳤다. 나머지는 의무보유 미확약으로 신청했다. 중장기 보유 의사는 낮은 셈이다.

이에 공모주라서 받고 본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공모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며 공모주를 ‘무위험 수익수단’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해서다. 장외시장에서도 상장을 앞두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3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크래프톤 장외가는 공모가보다 3000원 낮은 49만5000원에 거래됐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텐센트 이슈와 엮여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 크래프톤이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떨어지거나 손실이 나진 않겠지만, 실적·사업 부문에 근거해서도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상장 초기부터 너무 고가에 팔겠다는 회사의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기관도 안 받는 공모주’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면 단순히 공모주가 아닌 ‘게임제작 명가’로 지식재산권(IP), 멀티플랫폼의 미래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우호적 평가도 다수다. 대표게임 배틀그라운드, 테라, 엘리온 등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분석에서다. 향후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 동남아, 중동 시장 진출도 기대 요소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에 대한 주당 적정가치 58만 원을 제시하며 “타겟 주가수익비율(PER)은 신작 성과의 업사이드 리스크, IP 확장성 및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최대로 반영한 결과치이다”며 “신작의 낮은 과금 수익모델(BM)을 고려하면 2022년 일평균 매출액은 41억 원으로 다소 견고한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내년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 게임 대장주들과 비교해 상당히 저평가라 판단한다”며 “신작 출시 일정이 올해 말로, 상장 예정일과 시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강력한 신작 모멘텀을 겨냥하는 가격 범위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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