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채무자 스스로 돈을 갚도록 유도하는 간접강제를 재판 단계에서도 명령할 수 있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전합(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22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지역권설청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회 목사인 A 씨는 2000년 B 씨의 남편과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부분은 교회 부지로 인정하고 교회 진입로로 사용하기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정했다. 이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과정에서 특약을 기재하지 않았다.
남편이 사망한 뒤 B 씨가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으면서 분쟁이 생겼다. B 씨는 A 씨가 파기된 특약을 내세워 땅을 편취하려 한다며 검찰에 진정을 했다. A 씨는 교회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1차 매매계약 이후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을 삭제, 철회하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A 씨는 해당 토지 부분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청구를 변경했다. B 씨가 토지 사용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1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도 신청했다.
2심은 “특약을 배제하기로 하면서도 매매대금을 증액한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상고심에서는 재판 단계에서 간접강제를 허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간접강제는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해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집행방법이다. 민사집행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통상 판결 이후 별도로 진행되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이뤄진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승소하더라도 채무자가 단기간에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 절차에서 간접강제를 허용해왔다.
전합은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집행 공백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이어 “판결절차에서 간접강제를 명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으므로 채무자에게 크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관 3명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절차”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