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ㆍ연구 목적이라도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고 발견한 매장문화재를 옮기면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역의 한 문화재사업소장이자 역사박물관장인 A 씨는 2019년 1월경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을 시찰하던 중 전돌 5점을 발견하고도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고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매장문화재법은 매장문화재를 발견하면 그 현상을 변경하지 말고 7일 이내에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돌은 성곽의 옹성·성문·돈대 등을 축조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벽돌이다.
1심은 “해당 전돌이 매장문화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무실로 옮긴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도 범죄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A 씨가 문화재사업소장으로서 전돌을 조사, 연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무실로 옮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벌금 20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2심도 “매장문화재법 내용이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는 점은 법률상 명백해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