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가 최인혁 경영리더에 대해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경영진의 막강한 권력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노동인권 무시, 견제되지 않는 경영진의 권력! 이 죽음은 타살”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25일 직원 사망 이후 주요 경영진까지 포함한 전사 메일을 발송해 진상규명을 위한 사용자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등 자체적인 조사를 지속해 왔다.
5월 31일부터는 그린팩토리 1층 로비에 추모공간을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특별근로 감독 요청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해왔다.
또 고인의 전ㆍ현직 동료 60명을 대상으로 전화 심층 면접, 대면 인터뷰를 통해 확보한 증언, 메일ㆍ메신저ㆍ녹취ㆍ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진상규명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노조 “경영진 C, 임원 B도 해임 해야” = 네이버 노조가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임원 A 씨는 고인에게 야간, 휴일에도 과도한 업무를 지시했지만, 정상적 업무 수행할 수 없게끔 인력통제와 불분명한 업무지시를 내렸다. 1대1 회의에서 임원 A 씨는 고인에게 비난과 질책을 일삼았다. 또 본인의 자리 의자에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서 고인에게 임원 A 앞에서 벌서듯 뒷짐 지고 고개를 숙이게 했다.
임원 A 씨의 괴롭힘 행위는 고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구성원에게 힘들게 했음이 드러났다. 임원A씨는 QA 업무 담당자에게 QA가 아닌 개발 업무의 담당자가 해야 할 테스트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에게 회의 중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의자를 밀치고 보드마카를 던지며 발표자 목에 걸린 사원증 목줄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임원 A 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원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조직원들에게 밥을 사라고도 했다.
임원 B 씨는 고인의 상급 조직장이 아님에도 업무 지시로 고인을 힘들게 했다. 고인에게 즉답을 요구하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업무 지시와 단체 업무 메신저 창에서 공개적인 비난 등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외에도 공개적으로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거나, 초과근무 시 '돈이 없어서 주말 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는 등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초과근무에 대한 결재도 승인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무시해온 점들이 조사결과 드러났다.
임원 A와 임원 B의 괴롭힘으로 인해 구성원 중 여러 명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음을 밝혔으며, 휴직한 사실도 확인됐다.
직원들은 문제의 임원들에 대해 2년 이상 회사 내에 존재하는 수단을 동원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C 씨는 이를 묵살했다. 경영진 C 씨는 오히려 임원 AㆍB 씨에게 승진 및 연봉협상을 통해 더 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29일부터 단체행동 예고…재발 방지 대책위 요구 = 이 같은 정황에 네이버는 지난 25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최인혁 COO의 사임을 결정했다. 다만 최인혁 COO에 대한 네이버의 징계는 ‘경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A 씨에 대해서는 해임 처분이 내려졌으며 임원 B는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최인혁 COO가 직위에서는 사임했지만, 공익재단인 해피빈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서 지위는 유지하는 점을 들며 ‘약하고 형식적인 징계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인혁 네이버 경영리더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도 해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오는 29일부터 피켓팅을 시작으로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최인혁 COO와 임원 B 씨의 해임,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등 내부 채널을 통한 신고부터 조사ㆍ징계 결정까지 책임지는 기구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려있는 권한 축소를 요구했다. 만약 이 같은 요구에도 회사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네이버는 행복한 회사가 아니었다”며 “경영진의 견제되지 않는 권력을 이대로 두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인혁 대표 및 임원 A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결정이 날 때까지 공동성명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5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경영 체계를 쇄신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실무 TF를 구성하고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