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니켈의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원자재인 수산화리튬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런 중에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이 리튬 대신 나트륨을 적용한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는 등 배터리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벤치마크 인텔리전스(Benchmark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의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t)당 1만4275달러(약 1623만 원)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누적 증가율은 82%에 달한다.
같은 시점 배터리용 탄산리튬의 가격은 톤당 1만3975달러였다. 수산화리튬의 가격은 약 9개월여 만에 탄산리튬을 넘어섰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은 크게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으로 나뉜다. 탄산리튬은 노트북과 휴대폰용 등 소형 배터리에, 수산화리튬은 고성능 전기차용 등 대형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수산화리튬은 니켈과 합성하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니켈의 비중을 높인 소위 '하이 니켈' 제품에 집중하면서 수산화리튬의 인기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하이니켈 배터리란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이뤄진 '삼원계' 배터리에서 값비싼 코발트의 비중을 낮추고 니켈을 높인 제품을 말한다. 효율성이 더 높다는 장점도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 시장은 특히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업체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기존 니켈, 코발트, 망간의 양극재 구성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 배터리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NCA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내년 니켈 함량을 93%까지 늘린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하이니켈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100% 니켈 양극재를 쓴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테글리노 테슬라 부사장은 “현재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코발트를 굳이 쓰는 이유는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니켈만을 이용해 안정성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탈리 스콧 그레이(Natalie Scott-Gray) 스톤X 수석 애널리스트는 "리튬이온 배터리 부문이 밀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니켈 수요에 대한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2030년까지 비중이 3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CATL이 내달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리튬의 가격 상승 움직임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적용한 배터리를 말한다. 나트륨의 가격이 리튬보다 저렴한 만큼 생산 비용을 줄여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흐름이 K배터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리튬, 니켈 등 원자재 공급 계약을 맺을 때 이런 가격 변동성을 반영해 장기적인 시점으로 협의한다"며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용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어 상용화하더라도 소형 배터리나 소형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적용될 전망"이라며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