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초고속 D램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신제품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차기 제품의 일부 예상 사양도 공개했다.
13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최근 업데이트된 SK하이닉스의 HBM(High Bandwidth Memory) 2E 제품 소개 상세페이지엔 HBM3에 대한 일부 정보가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에 대해 ‘개발 중(under development)'이라고 언급하면서 핀당 5.2기가비트(Gbps) 속도를 지원하고, 정보 출입구(I/O)를 통한 전체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665기가바이트(GB)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HBM3에 대한 제품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양산하고 있는 'HBM2E' 의 데이터 소화 능력은 핀당 3.6기가비트, 초당 460기가바이트다. 이 제품과 회사가 밝힌 HBM3의 예상 사양을 비교해보면 핀당 데이터 처리 속도는 1.5배가량 증가했고, 전체 데이터 처리 속도 역시 45%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제품의 정보를 일부나마 공개한 건, HBM 시장에서의 기술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태까지 해당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엔 유의미한 성과를 낸 반도체 기업이 없다시피 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 마이크론이 연내 HBM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최근 176단 낸드플래시와 4세대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D램 등 신기술 개발 행진을 이어가는 마이크론의 기세를 고려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BM은 3차원 적층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를 활용해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메모리를 뜻한다. 패키지 면적을 줄이면서도 전송 속도를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시간에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고성능 서버 등의 분야에 주로 쓰인다.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크진 않지만, 고부가 기술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다. HBM 제품은 일반 D램보다 평균적으로 3~5배가량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10년대 초부터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 개발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하고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1세대 HBM 제품을 2014년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업계 최초로 공개했고, 2017년엔 HBM2를 선보였다. 2019년 HBM2에서 일부 기능을 발전시킨 변형 규격 'HBM2E' 개발을 완료해 지난해 7월부터 양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