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은 연간 6200만 원 넘어
FDA 승인 소식에 장중 60% 넘게 폭등하기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알츠하이머 신약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소식에 회사 주가는 40% 가까이 폭등했다.
7일(현지시간) NBC 뉴스에 따르면 FDA는 이날 바이오젠이 일본의 에자이(Eisai) 제약사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승인했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당시 약은 불안이나 불면증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어서, 병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 승인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신약도 환자의 정신적 쇠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로 불리는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해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FDA의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해당 신약이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FDA의 승인을 권고하지 않았다. 이에 이번 FDA 결정은 향후 업계에 큰 논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환자나 가족 등 옹호론자들은 새 치료제가 작은 효능이라도 있다면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효과가 의문스러운 치료제에 문을 열어줌으로써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NBC 뉴스는 “수백만 명의 미국 고령층과 그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결정은 의사와 의학 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과의 의견 불일치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FDA는 바이오젠에 대해 약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는 요건을 부과했다.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 신약을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FDA는 신약이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신약은 당초 ‘애드유캔유맵(Aducanumab)'으로 명명됐으나 바이오젠은 향후 ‘애드유헬름(Aduhel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약값은 연간 5만6000달러(약 6230만 원)에 이른다. 이 약은 경증 환자 기준으로 4주마다 주입돼야 하는데 1회 주입당 비용은 4312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는 약임에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보나토스는 “약값은 타당하게 책정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4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600만 명에 이른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 환자는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번 FDA 신약 승인 소식에 “우리 분야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와 연구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날 이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 급등한 395.8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바이오젠 주식은 이날 발표를 앞두고 거래가 중단됐다가 이후 거래가 재개됐는데,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6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