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친구는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토로했다. 직장 내 갑질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우환이 든 건 아닌지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돌아온 답은 ‘코인’이었다. 여유자금으로 시작한 코인 투자. 앉은 자리에서 400만 원을 까먹었단다.
온종일 차트를 바라보고 있는 건 일상이라 했다. 보유한 코인이 원하는 가격에 도달했을 때 알림이 오도록 설정한 후, 밤잠을 이룰 수 없다 했다. 말문이 트인 친구는 이내 코인 호재는 없는지, 상장 폐지되는 코인에 대한 정보를 없는지 귀띔 좀 해달라 손을 모았다. 기자 친구 둬 덕 좀 보자는 너스레와 함께였다. 벌게진 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영 머쓱한지 변명이 이어졌다.
결혼이 하고 싶단다. 부동산 가격도 숨이 막히고, 남들 하는 만큼의 예식장을 잡고 남 부럽지 않게 준비하기 위해선 부대비용도 솔찬히 든다 했다. 코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기분이 들어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친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가상자산 앱 이용자(MAU) 가운데 20ㆍ30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5월 기준 가상자산 거래액은 31조 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 명에 달한다. 4월에는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이 코스피를 이미 추월하기도 했다.
문제는 코인 시장이 늘 호황을 맞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8000만 원을 넘고 1억 원을 찍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의 7일 가격은 4000만 원대다. 그 투자로 얼마나 많은 2030이 애써 모은 종잣돈을 잃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소에 의무를 부과할 뿐, 수많은 ‘코린이’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든 근본 원인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업무 부담을 지기 싫어서일 수도,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뒷짐에 친구는 코인 차트에 매몰돼버렸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지만, 친구의 정신은 스마트폰에 쏠려 있었다. 언제쯤 코인에서 벗어나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