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0원’ 마케팅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은행·보험사와 달리 개인형 IRP 수수료 무료 혜택을 실시해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일 금융투자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개인형 IRP 계좌에 대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먼저 수수료 무료 혜택을 내세운 곳은 삼성증권 다이렉트 IRP였다.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수수료 면제 마케팅을 도입하게 됐다. 은행·보험사와 증권사 간 업계 경쟁에서 증권업계 내부 경쟁으로 번진 셈이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재직기간 동안 자유롭게 가입하고, 퇴직금, 개인 자금을 자유롭게 적립하거나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다. 매년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대 700만 원(만 50세 이상 연 900만 원)까지 세액이 공제된다. 일반 퇴직연금은 직장을 바꿀 때마다 다시 가입해야 하지만, IRP는 직장 변경과 상관없이 계속 운용할 수 있다.
증권사는 개인형 IRP 판매 확대를 위해 수수료 무료 혜택에 이어 상품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 은행·보험사들은 개인형 IRP 계좌에 연간 0.1~0.5% 수준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책정했다. 개인형 IRP 판매 후발주자로, 여러 혜택을 내세워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어 증권사 IRP는 상품이 다양하고, 상장지수펀드(ETF)·부동산투자 뮤추얼펀드(리츠)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여러 이점을 기반으로 고객들도 은행·보험사 대신 증권사 IRP 계좌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 수익률도 증권사 IRP가 훨씬 높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영증권(27.39%), 유안타증권(13.41%), 미래에셋증권(11.37%), 삼성증권(11.23%), 신한금융투자(11.47%) 등 주요 증권사의 IRP 수익률은 10% 훌쩍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사 수익률은 삼성생명(2.14%), 미래에셋생명(2.05%), 삼성화재(1.66%), 동양생명(1.74%), DB생명(1.79%) 등을 기록해 2% 내외로 저조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RP 판매로 장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무료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오래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IRP도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었고, 노후, 투자수익 등에 관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