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중 갈등 장기화 대비’ 작년 기업 보조금 37.5조 원으로 사상 최대

입력 2021-05-17 13:18 수정 2021-05-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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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14% 증가…반도체 보조금 10년 전보다 12배 급증
코로나19로 제약사들에 대한 보조금도 크게 늘어
미국도 중국 대항 차원 보조금 제도 신설 움직임

중국이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상장기업 산업보조금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2136억 위안(약 37조 491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나 군수 사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져 미국과의 대립이 길어지는 것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보조금 제도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공정한 경쟁 환경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산업에 중점적으로 자금을 쏟아부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에는 상장기업 수가 적지만 113개 관련 기업이 받은 보조금은 총 106억 위안으로, 10년 전보다 무려 12배나 급증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약 25억 위안을 받았으며, SMIC 산하 한 회사는 여러 국영 펀드로부터 22억5000만 달러(약 2조 5441억 원)를 출자받았다. SMIC는 광둥성 선전시에 총 투자액 23억5000만 달러로 예상되는 신공장을 건설한다.

국산화의 걸림돌로 꼽히는 반도체 제조장치 분야에 대한 보조금도 늘었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해도 공급망이 끊어지지 않도록 우선 범용품의 국산 비율 향상을 서두른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조선소와 전투기 제조업체, 중국판 GPS ‘베이더우’를 다루는 베이징 BD스타내비게이션 등 군수 업체에 대한 보조금 역시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는 제약사들에 대한 보조금도 크게 늘었다. 전체 집계 대상 4290개 회사의 98%에 해당하는 4230개사가 보조금을 받았다고 공개했을 정도다.

중국은 보조금을 저금리 대출과 함께 산업 육성에 활용해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영 철도 장비 회사 중궈중처(中國中車·CRRC)가 고용 유지를 위해 보조금을 받는 등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보조금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상장기업 전체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국유·정부계 기업이 전체 보조금의 60%를 받는 등 왜곡된 지원 구조는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에서 거액의 보조금으로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500억 달러 보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회가 초당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도 힘을 싣고 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세키 신이치·주임연구원은 “반도체 등은 중간재로 국내에서 사용돼 최종 점검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며 “국제 규칙을 재차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과 국산품 우선 보조금을 금지하는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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