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이·팔 사태 공동성명 도출 실패…중국 “미국 공정해야” 비판

유엔 사무총장 즉각 휴전 촉구
중국 외교부장 미국에 "공정한 입장 취하라" 저격

▲16일(현지시간) 이-팔 사태 논의를 위한 유엔 안보리 화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로뉴스 영상 캡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중단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첫 공개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고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화상회의 형태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 사태에 대해 순전히 처참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즉각적 중단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전투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면서 "한쪽에서는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다른 한쪽에서는 공습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유엔은 즉각적인 휴전을 위해 양측 모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유엔 안보리에 참여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은 각각 입장 변호에 바빴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이 국제법에 엄격하게 부합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미사일을 보호하려고 아이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있는 16세 아랍인 소녀와 그의 가족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생후 5개월의 아기가 어머니와 형제 없이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고, 6~8세의 어린아이들이 모두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을 겨냥해 "각국이 이스라엘에 방어권을 거론해줄 때마다 (이스라엘이) 잠을 자는 가족 전체를 계속 살해하도록 대담해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16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길라드 에르단(왼쪽)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와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장관이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유로뉴스 화면 캡처.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안에 대한 안보리 회의는 흔히 결론 없이 끝나며 대체로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기 위한 무대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일랜드, 노르웨이, 멕시코를 포함한 안보리 참여국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작성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 성명은 도출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10일과 12일 두 차례 비공개회의를 했지만,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안보리는 그간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의 반대로 공동 성명을 내놓지 못했는데 중국은 이를 놓고 미국 저격에 앞장섰다.

이날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갈등의 중단을 위해 외교적 채널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면서 "미국은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진한다면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감스럽게도 한 국가의 반대로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미국이 책임감을 느끼기를,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를, 긴장 완화에 있어 국제사회 대부분과 함께 안보리를 지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