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부 약정식에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부사업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으로 명명하기로 결정하고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병원은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을 사업단장으로 임명했다. 향후 서울대는 물론 전국 어린이병원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두고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9월까지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한 후 11월부터는 1차 연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우리나라 어린이의 희귀질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이번 기부를 한국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들을 치료하는 전무후무한 '의료 플랫폼'으로 구축해 기부자의 큰 뜻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을 대신해 기부 약정식에 참석한 성인희 사장은 "기업도 사회도, 경제도 그리고 경영도, 모두 사람에서 시작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인본주의(人本主義)'가 고 이건희 회장이 품었던 경영철학의 근본이었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이어 "생사(生死)의 위기에 있는 어린이 환자들을 한 명, 두 명 살려낼 수만 있다면 100억 원, 1000억 원의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이었으며 지금 유가족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소아암ㆍ희귀질환 지원사업의 성공을 기원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지난달 28일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의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도 고액의 진단비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년 수백 명의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한해 소아암에 걸리는 어린이가 약 1300명에 달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약 400명으로 추산된다.
또 약 8만 명의 어린이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고, 매년 약 200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아암ㆍ희귀질환 환아에 대한 복지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아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도 경제적 부담과 함께 간병에 수반되는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유족들의 기부금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약 1만7000여 명의 유전자 검사ㆍ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에 쓰이게 된다.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예산만으로는 소아암ㆍ희귀질환 환아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의 동참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번 삼성가의 기부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