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고 묵묵히 걸어온 여러분의 여정을 지켜봤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동료를 믿고 치열하게 도전한 끝에 새로운 변화를 일궈낸 여러분이 롯데의 자긍심이고 희망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3일 열린 '2021 롯데 어워즈' 시상자로 나서 수상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 경영'을 펼치는 신 회장이 최근 한국 복귀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그룹 시상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임직원 기 살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내실형' 경영자로 꼽힌다. '거화취실(去華就實ㆍ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을 지향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을 오랜 기간 보필하며 이러한 경영 스타일을 체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 회장은 주변 임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닌 '경청형 경영자'로 평가돼왔다.
다만 최근 신 회장의 화법과 경영 스타일에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수년간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그룹이 흔들리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신 회장은 질책을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침체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올해 초 신년사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신 회장의 고민이 묻어났다. 우선 신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며 임직원에게 성찰을 강조했다.
사업적으로는 이커머스의 분위기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이 유통 공룡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쿠팡과 네이버는 물론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에도 밀리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다음달 예정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3% 수준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롯데쇼핑이 22일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등을 롯데물산에 넘기며 8300억 원 규모 실탄을 확보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5개 점포 등 부동산을 롯데리츠에 양도하며 확보한 7300억 원을 합치면 롯데그룹이 확보한 현금은 1조5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룹 내부에선 신 회장이 사업 현장을 돌며 '현장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외 활동보다는 유통과 화학 등 주력 사업 부문의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에도 '잠행' 형식으로 소수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롯데슈퍼 공덕점을 찾고, 화학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6년만에 야구장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신 회장은 27일 롯데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