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결혼보다 독신의 삶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국 민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독신 성인인구가 약 2억4000만 명으로 그 중 7400만 명이 1인 가구로 생활하고 있고, 2021년에는 92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내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은 향후 10년 내 4억 명의 싱글족이 중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싱글족의 대변혁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싱글족의 증가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급격한 이혼율의 증가이다. ‘결혼율 하락, 이혼율 증가’ 현상이 중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 혼인신고 건수는 총 947.1만 쌍인데, 이혼 건수는 총 415.4만 쌍으로 이혼율이 거의 50%에 이를 정도다.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중국의 조혼인율(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은 2018년 7.3%에서 2019년 6.6%로 하락했고, 조이혼율(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은 1987년 0.5%에서 2003년부터 점차 상승하기 시작해 2019년 3.4%로 17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미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일본과 한국을 추월했다. 2021년 1월 1일부터 개편된 중국 민법에는 ‘이혼냉정기’라는 제도가 새로 추가되었다. 이혼 신청을 한 뒤 30일 동안 쌍방 중 한쪽이 이혼 신청을 취소하는 경우 이혼 접수 자체가 거부되는 제도로, 젊은 부부의 이혼율 급증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육책인 것이다. 이혼냉정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중국 SNS에서는 ‘더 결혼이 하기 싫어졌다’라는 댓글이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중국에는 과거 결혼 7년 차가 되면 권태기가 온다는 ‘칠년지양(七年之痒)’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1980~90년대생 젊은이들 사이에는 ‘2년지양(兩年之痒)’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둘째, 고학력 ‘골드미스’의 반란이다. 중국에서는 ‘남겨진 여자’라는 뜻의 ‘썽뉴(剩女)’라는 신조어가 있다. 우리말로 ‘노처녀’, ‘골드미스’ 라는 의미이다.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뜻보다는 능력 없는 이성을 만나 결혼해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을 의미한다. 중국 이혼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혼율의 70% 정도가 여성이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학 졸업생 비중이 여성이 남성보다 높고, 25~55세 여성의 노동 참여율도 90%에 이를 정도로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남성보다 훨씬 높다 보니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중국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 가치관의 변화와 육아 등 사회비용의 증가로 중국 여성들 사이에 구속된 결혼생활보다는 멋진 싱글족으로 살아가는 게 낫다는 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막중한 혼수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결혼 적령기의 남성들 사이에서는 ‘3개의 큰 산(三大山)’을 준비하지 못하면 결혼을 못한다는 얘기가 이미 보편화됐다. ‘3개의 큰 산’은 남성이 결혼할 때 준비해야 할 3가지 혼수품으로 ‘아파트, 자동차, 현금예물’을 이른다. 특히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중국 남성들의 결혼 포기로 이어지고 있고,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통계를 보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이 1.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가장 좋은 피임약”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동산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은 가파르다. 현금예물도 지역 및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금액이 점점 커져가는 추세이다. 현금예물을 중국에서는 ‘차이리(彩禮)’라고 부르는데, 신랑이 신부 측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건네는 일종의 ‘지참금’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1·2선 도시의 현금예물의 평균 금액은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남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결혼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사회 및 중국인의 사고방식 변화는 기존의 경제흐름과 트렌드를 뒤바꾸고 있다. 향후 4억 명의 싱글족이 만드는 중국 내수시장은 분명 우리 기업에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4억 명의 싱글족에 올라타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